최근 한국만화 최고의 수작, 서울협객전
안타깝게도 한국만화계는 예전 보물섬, 영챔프 시절의 좋은 시절을 되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화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것은 아니며, 모든 미디어가 디지털화 되면서 웹툰이 득세하고 출판만화계가 죽어가고 있는것입니다.
특히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희박한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저연령층에게 큰 인기가 있는 만화의 경우는 더더욱이 그러합니다. 마치 CD가 죽어가고 MP3가 미디어 시장을 점령한것처럼, 만화또한 단행본 보다는 인터넷 연재의 개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iTunes가 등장하여 MP3 미디어의 합법적인 유통시장이 활성화된 미국과는 달리 국내의 MP3판매 사이트들이 가수들에게 실질적인 저작권료를 지불하는데 인색하듯이, 웹툰 또한 만화작가를 언제 잘릴지 모르는 실질적인 비정규직 월급쟁이로 만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이 무료로 서비스되는 국내 만화 시장에서 만화와 만화가의 생명력이 얼마나 유지될지 아직은 의문입니다.
창작물과 소프트웨어에 관한 제대로된 대우가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로써는 비단 만화뿐만 아니라 소프트와 컨텐츠가 주가 되는 미래 사회의 경쟁에서 국가적인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을것입니다.
이런 시절이기때문에, 출판만화계에는 인재들의 발길이 끊겨가는지 오래입니다. 걸출한 신인은 전부 웹툰으로 데뷔를 하며 중견작가들 또한 웹툰으로 신작을 내놓는것이 당연시 되었습니다. 시대의 당연한 현상이라 보아야 하겠지요. 이 흐름을 거스르기라도 하듯, 출판만화계에서 상당히 좋은 결과를 내놓은 만화가 있으니 그 이름하여 서울협객전입니다.
보시다시피 작화는 뛰어난 편이 아니고, 연출 또한 투박한 맛이 있지만 이런 종류의 무협만화가 줄 수 있는 재미의 맥을 잘 짚고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만화는 가장 먼저 능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잠재력이 대단한 주인공이 등장하는것이 일반적입니다. 주인공의 성장스토리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게 되는것이죠. 거기에 기존의 무협이 가지는 코드(복수, 권선징악, 기연 등)를 살짝 비틀어 개그의 소재로 삼게 되면 준비가 끝나게 됩니다.
서울협객전은 그런 공식을 충실히 따르면서 현재 우리나라에 무협지에 나오는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지를 상상해서 그리고 있는 만화로써, 동 시대에 비슷한 만화이자 역시 호평을 받고 있는 '브레이커'가 일본연재되고 있는것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트렌드를 따라 영리하게 기획된 만화라고 보여집니다. 거기에 작가 자신의 개그적인 센스를 더해서 독창적인 등장인물들과 함께 이야기를 엮어나가고 있습니다.
사실 개그씬과 등장인물의 개인기적인 대사처리에 많은 점을 의지하고 있는점, 저연령층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는점, 그리고 그리 세련되지 못한 작화실력인 점을 감안해볼 때 서울협객전의 현재 위치는 예전 '달숙이'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당시 그정도 위치의 만화를 많이 그려 인기를 얻었던 이재석 작가가 '무림수사대'라는 만화를 큰 반향 없이 웹에서 연재하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보면, 현재 서울협객전이 얼마나 선전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다지 철학적이거나 준비가 탄탄한 만화도 아니고 대단한 명작이 될 가능성도 없지만, 옛날 보물섬 시절부터 이어온 고전적인 의미의 한국 만화가 가지는 힘을 느낄 수 있는 만화로써 한번쯤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만화이고 무엇보다 꽤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