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30일 토요일

야구만화 Best3

1위: 크게 휘두르며

일부 만화팬들 사이에선 내용보다 동성애 코드로 유명한 크게 휘두르며 입니다.
사실 그 사람들 탓만 할 수도 없는것이 이 만화 작가가 여자인 만큼 아무래도 남자들 얘기를 묘사하는데는 서투르기도 하고 또 작가 취향이 살짝 그쪽인것처럼 보이기도 하니까요.

더군다나 10권남짓 나온 만화임에도 빠르게 애니메이션화가 되어서 그쪽이 과장되어 대중적으로 알려진 탓도 있습니다.

어쨌든 1위를 준 만큼 이 만화에 대해서 좀 더 얘기를 하자면  여자임에도 엄청난 수준의 야구 오타쿠인(그것도 고교야구) 작가가 10년간의 자료수집 끝에 그리는 만화로써, 굳이 여류 작가인점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야구지식이 어우러진 세밀한 연출이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야구를 해보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심리묘사가 일품입니다.

만화의 요소중의 하나인 그림실력이 약간 모자란 점이 있지만, 등장인물의 움직임을 묘사하는데는 큰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고 그 밖의 장점들이 그것을 채우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사기적인 선수가 등장하지 않고, 대부분이 고등학생 수준의 정신세계를 갖고 있음으로 인해 느껴지는 압도적인 사실감은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야구만화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는 수준입니다. 
 또한, 일본 야구만화의 주요 테마중 하나인 강속구투수를 내세운다거나 슬램덩크 이후 하나의 공식이 되어버린 막무가내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다른 야구만화를 제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하겠습니다.

 다만 여류작가 특유의 세밀함과 치밀한 묘사는 결국 한 경기 한 경기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전개가 끝없이 느려지는 단점으로 드러납니다. 하지만 만화를 읽으면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 최신 단행본까지 전부 독파하고 나서야 "뭐야, 겨우 이만큼 온거야?" 하고 느낄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만큼 짜임새가 있다는 말이지요.

 내용의 사실감과 밀도, 오랜 자료수집기간 끝에 드러나는 작가의 내공이 결코 범상치 않은 수준이며 가장 중요한 야구장면 묘사에 있어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는 만화이기에 1위에 꼽습니다.


2위:  H2

 사실 야구 묘사 면에서나 상징적인 의미 면에서나 동 작가의 '터치'가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만, 베스트3는 제가 주관적으로 뽑는것이기때문에..
야구보다도 삼각관계로 유명한 H2입니다. 아다치미츠루의 이 작품은 국내에서 대단한 히트를 기록했는데요, H2를 소재로 한 노래가 있을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사실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는 따로 소개가 필요없을정도로 유명하고, H2는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이기 때문에 설명할거리가 별로 없지만 장점 몇가지만 꼽아 보겠습니다.

아다치 미츠루는 세부적인 동세를 사진에서 따오기로 유명한 작가인데 (안그런 작가가 있겠습니까만은), 그래서 그런것인지 야구 용품, 동작의 묘사가 굉장히 깔끔하고 정확합니다.
 그림체가 그다지 세밀하지 않은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보면 정밀하다고까지 보여지는 야구용품들이나 투구폼, 타격폼등의 정확한 묘사는 '크게 휘두르며'가 그림대신 말 몇마디로 때운다고 보여질정도로 야구의 작은 부분에 있어서 굉장히 깔끔하고 정확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부분은 '메이저' 등 그림이 괜찮기로 유명한 만화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림 뿐만 아니라 야구의 내용면에서도 고교야구이긴 하지만 프로야구를 보면서 종종 느낄 수 있는 흐름이나 맥을 짚는면에서 탁월한 점을 보여주는데요, 작가의 나이도 있고 남자인 만큼 갑자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프로야구스러운 부분이 보이는 것을 보면 야구팬으로써 뭔가 동질감을 느낀다고 할까요..
 대놓고 표현하지 않지만 은근히 드러내는 특유의 스타일이 야구장면에도 적용되어, 야구를 배워가면서 볼 수 있는 '크게 휘두르며'와는 달리 어느정도 야구지식이 있어야 경기장면을 음미할 수 있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전체적인 완성도와 재미, 그리고 어장관리의 지존을 보여주는 히카리에게 경의를 표하며 2위에 놓습니다.


3위: 라스트이닝

 3위안에 있는 만화중에 가장 열혈 야구만화인 라스트이닝입니다. 
어쩌면 야구만화도 리얼계열과 수퍼 계열로 나눠야 할지 모르겠는데, 리얼계열이라 하면 특별히 사기적인 선수나 설정이 등장하지 않는 야구만화로 해야겠고 대표적인 예는 '크게 휘두르며'가 있겠습니다. 수퍼 계열이라 하면 좀 말도안되는 설정으로 만화적 재미를 극대화시킨 만화인데, 대표적인 예로 '다이아몬드 에이스' 혹은 '메이저' 등이 있겠습니다. H2는 그 중간정도라고 보여지네요.

라스트이닝은 어디다 놔야 할지 참 애매한 만화인데요, 작품에 등장하는 사기적인 능력을 가진 인물이 단 한명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선수가 아니고 촌철살인의 대사를 내밷곤 하는 젊은 감독이지요.
즉, 선수들은 전부 극히 평범합니다. 어느정도 괴물선수가 나오더라도 고교야구에 있음직한 수준의 괴물이며, 사실 그 이상의 괴물이 실제로 등장하기도 하는것이 고교야구이기때문에..
(고교시절의 김광현, 김병현, 혹은 일본의 마쓰자카 등.. 셀 수도 없습니다)
그런 엄청난 감독 밑에서 선수들이 성장해서.. 뭐 그런 내용의 만화입니다.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SK와이번스같다고나 할까요..? 

 이 만화는 보통 스포츠만화에 따라 나오기 마련인 사이드 스토리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오로지 야구 일변도로, 모든것이 야구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스토리작가가 굉장한 야구광인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러면서도 상당히 세련된 스토리를 자랑합니다. 말하자면 지금까지 나온 야구만화의 총 집결판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특별한 악역이나 선역이 존재하지 않지만 고교야구 전국대회라는 무대의 치열함이 팽팽하게 잘 전해지고 있고 야구에 있어서의 방법론은 어딘가 철학적이기까지 합니다.
 이 만화 이전에 역시 스토리작가를 두고 육상만화를 했었던 Nakahara Yuu의 작화 또한 굉장히 좋습니다. 그림체가 우라사와 나오키와 비슷한것이 문하생을 했었던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들지만, 어쨌든 동세나 세부묘사의 질이 H2와 비교될정도로 좋아서, 전체적으로 흠잡을데가 없이 완벽합니다.

단지 드라마로 따지면 미국의 '멘탈리스트' 가 떠오를정도로 카리스마적인 주인공의 원맨쇼가 계속 연출되는 바람에,  상당히 어려운 장면에서도 '이 사람이 하는데로 하면 뭐든지 될거야' 라는 안도감 때문에 긴장이 흩어지는 결과도 나옵니다만..
 어쨌든 일반적인 야구만화의 틀을 벗어난 대단한 만화입니다.  하지만 아직 전개 초반이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탓에 3위로 놓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