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22일 금요일

브래드 할리의 마차, Hiroaki Samura




세상에는 많은 책(혹은 만화책)들이 있지만 포스팅을 하고싶게 만드는 책을 자주 읽을 수 있는것은 아닙니다.
'브래드할리의 마차'는 아는사람은 아는 '무한의 주인'의 작가 사무라 히로아키의 작품으로, 전체적인 구조는 옴니버스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그간 무한의주인의 분위기가 무거웠기에 본편 이외의 만화들은 약간 가벼운 분위기로 연출했었던 작가지만 이 만화 하나만큼은 분위기가 끝내주게 무겁습니다. 작품 전체에 고어 표현이나 피범벅으로 일관한 것은 아니지만 충격적인 소재에 기대어 엄청나게 잔혹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입니다.


막장 안드로메다까지 가버리는 SM포르노 만화에나 나올법한 사건을 특유의 건조한 분위기 위에 평소 연출스타일보다도 더 하드보일드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보는 사람의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덕분에 눈알이 굴러다니는 장면 이외에는 이렇다할 고어씬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보는 내내 예쁜 소녀들을 보면서도 핏물에서 헤엄치는듯한 느낌이 들죠.


특별히 명작이나 걸작으로 남을만한 만화는 아니고, 작가또한 그런 만화로 만들고싶다는 의지는 갖지 않고 그린 만화같습니다만, 어떻게 보면 갈데까지 가보자 하고 시작한 만화를 적당한 에피소드로 마무리한거같은 느낌도 있고 소재를 잘 이용하기 위해 일부러 더 충격적인 서막을 보여준것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여러가지 인간의 추악한점을 보여주기도 하고 그 와중에 휴머니즘이나 서정적인 장면이 등장하기도 합니다만 그렇게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고 오히려 잔혹한 분위기를 강조하는 주변장치로 쓰이는 정도입니다.


초장에 거하게 한방 때려놓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얘기로 끌고가는 이야기꾼으로써의 수완도 괜찮은 편이지만, 역시 가장 압도적인것은 전매특허인 압도적인 그림입니다. 이 작가 그림 정말 잘그리죠. (서양인을 제대로 서양인처럼 그리지 못하는것만 제외하면요.)


충격적인 소재덕에 호불호가 극단으로 갈리는 작품이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다는점에서 한번 볼만은 한 만화라고 봅니다. 단지 소재상 여자분들이 보기에는 좋지 않을것 같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